더 이상 치달을 곳이 없는 종착역에 와서야 알았지만
빠른 기차를 탄다는 사실에 왜 그리 신이 났던지..
모든 것들이 눈 앞에 오기도 전에 사라져 갔다.
출발의 낭만은 좋았다.
나의 세계가 천천히 움직였고
저편의 세계는 보조를 맞추며 날 환송했지..
가거라..빠른 기차를 타고..
네가 그 빠름에 현기증을 느낄 즈음엔
네가 갈수 있는 모든 길은 이미 지나 왔을걸...
그리고 그건 one-way ticket 이야...
나의 세계에 빠져 이곳 저곳을 탐하고 있는 동안
저 편에서는 하늘이 지나고..
사람이 지나고..
또 다른 세계가 더 빠르게 지나가고..
탈출구도 보이고..
강물도 보였지만..
난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..
길이 끝나는 곳까지 오고야 말았다...
너무 빠르지 않는 기차를 타고 싶었었는데..
이미 날은 저물어 버렸다.
길이 끝나는 곳에서 우리의 길은 시작될 수 있을까..
내일의 태양은 스칼렛에게만 있는게 아닐까..
여기 저기서.. 그리 빠르지 않은 기차를 타고 온 이들이
여유 있는 걸음새와 온화한 얼굴을 하고는
초조하지 않은 뒷 모습으로
인생의 터미날을 빠져 나가고 있다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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